요즈음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들어있는걸로 봐서는 분명 경영학 분야의 용어인데 너도나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도 듣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가 무슨 의미로 사용될까요?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은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요건으로, 어떤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해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지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내재하고 있는 핵심 가치
- 고객은 누구인가?
- 고객이 얻게될 가치는 무엇인가?
- 고객에게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 수익은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 사업을 계속 영위해 나갈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는 기업의 입장에서 사용되는 말이지만,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저는 개발자로서, 주중에는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며 월급을 받고, 주말에는 개인 코딩 교습을 하며 교습비를 받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유튜브에 개발과 관련된 교육 영상을 업로드하여 부가 수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저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예시일뿐 사실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수익이 아닌 가치에 조금 더 집중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치를 누구에게든 전달할 수 있다면 이익은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이 전에 없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은 사회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는 사회 경제를 활기있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압도적인 과학 기술? 시장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바로 고객에 대한 관심입니다. 내가 자신있는 것, 내가 해결하고 싶은것을 목표로 잡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것을 찾아야 합니다. 유래없던 기술적 반등이라도 필요로 하는 이가 없다면 그건 비즈니스 모델로써 혁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과학적, 기술적으로는 혁신일 수는 있으나 사업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해외에서는 Amazon의 One Click Service, 국내에서는 코웨이가 있습니다.
Amazon - One Click Service
원클릭 서비스는 고객의 최초 결제 정보를 브라우저의 Cookie로 남겨두고, 추후의 결제건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보를 사용하여 단 한번의 클릭으로 주문/결제까지 이뤄지는 기술입니다. 이는 주문/결제간 번거로운 과정을 없앰으로써 고객들의 소비를 부추겼고, 아마존은 많은 이익을 챙겼습니다. 이후 1999년 비즈니스 모델 특허권을 인정받아 아마존은 18년동안 원클릭 결제 시스템 기술 매커니즘을 독점했습니다.
기술 자체는 웹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을 활용한 것이지만,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기술화하고 특허로 발전 아마존의 전략은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고평가 받고 있습니다.
Coway - 정수기 렌탈
'렌탈'붐이 일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가전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 '구매'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IMF 외환 위기로 인해 100만원 이상 호가하는 정수기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코웨이는 정수기를 '판매'에서 '대여'로 영업 방식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코디'라는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여 정수기를 대여한 고객들에게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청소 및 필터 등의 소모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코디는 주 고객층이 여성인만큼 친밀감을 갖기 쉬웠고, 이는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는 등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여 + 코디의 시너지는 가히 대단했고 이로인해 정수기 시장에서 이미 1등이었던 코웨이지만 사업 모델을 변경하면서 이전 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정수기 시장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립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사용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하나의 조직이 어떻게 가치를 창조, 전파하여 포착하는지 체계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아래의 이미지와 같이 9가지 블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Customer Segment: 목표로 하는 고객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규정
Value Proposition: 목표 고객의 니즈는 무엇인가
Channels: 가치를 고객에게 어떤 채널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Customer Relation: 어떻게 유치하고 유지할 것인가, 고객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
Revenue Streams: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은 무엇인가
Key Resource: 핵심 자원 확보 방안
Key Activity: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
Key Partnership: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공급자와 파트너간의 네트워크
Cost Structure: 모델을 영위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먼저 고객 세그먼트 즉,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를 가장 먼저 설정하고, 제시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는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활동과 자원이 발생하며, 사업간 파트너의 필요 유무 그리고 최종적인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며 소모되는 비용과 발생하는 위험 요소들은 모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순으로 진행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순서라고 생각됩니다. 이 절차에 따라 모두 작성하였다면 우리는 조직의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전략적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관리
경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시장에서 적합한지, 지속가능한 모델인지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에 대해 잘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약진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고집하다가 도태된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닥 필름과 후지 필름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코닥 필름
코닥 필름은 1885년 사진용 코팅 필름에 대한 특허 취득을 시작으로 100년 이상 필름 카메라 사업 매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1976년,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의 85%, 필름 시장의 90%를 점유할 만큼 엄청난 성장을 이뤄냅니다. 그런데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컴퓨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시대적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1981년 소니와 후지 필름은 디지털 카메라를 시장에 출시합니다. 반면, 코닥은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며 기존의 필름에 사업에 계속 매진합니다.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의 격차는 점점 커져갔고,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코닥은 부랴부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지만 2000년부터 소니와 후지필름에게 점유율을 뺏겨 수익이 감소하다가 2012년 파산 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경악스러운건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발명한 건 소니나 후지 필름이 아닌 코닥이었습니다. 1975년에 코닥의 엔지니어인 Steve Sasson은 디지털 카메라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경영진에게 선보였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는 아날로그 감성을 더 중요시 했고, 두 번째로는 현재 필름이라는 주력 사업 모델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의 최초 발명과 최초 기술 특허를 가졌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밀려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핵심 역량을 다각화한 후지 필름
반면 후지 필름은 디지털 카메라로 성장 궤도에 진입했으나, 머지않은 2000년 중반부터 휴대폰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당시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더해지면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줄게 된 것이죠. 후지 필름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활용하여 전혀 다른 분야에 접목해보기로 합니다. 당시 사진에는 빛과 열에 의해 산화되는 열화현상이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름에는 항산화 성분이 있는 콜라겐이 사용되었습니다. 후지필름은 이 콜라겐의 항산화 성분과 필름에 적용되었던 나노 기술을 활용하여 노화 방지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아스타리프트는 2020년에는 매출 목표 10조원을 바라볼 만큼 대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기대 효과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변화중에 가장 파급력이 큰 것 또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거나 조직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방법들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경영 성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과 성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때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기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제공합니다. 특히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 전통적인 사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기업이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도록 변화한 아마존,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에서 온라인 주문 방식으로 변한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IT를 접목하는 것만으로 해당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해버렸습니다.
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돌고 돌아,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이제는 조금 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기존의 대답에 살을 붙인다면 '결국 나는 사회에 무엇을 기여하는가'로 마무리 될 것 같다. 자기 PR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데, 개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더 전략적으로 설계해서 이 힘든 경제에서 잘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