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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이중섭, 후기

이번 특별전은 한국미술명작 이후 두 번째 특별전이며 이 외에도 신라호텔에서 진행하는 <산책>,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추가로 예약을 받고 있었으나 이중섭전 외의 다른 특별전은 예약이 모두 꽉차있었다. 특히나 <산책>은 세계지식포럼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 첫 날 마감되었다.

 

 

전시회 포스터 (https://www.mmca.go.kr)

 

이번 특별전은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9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기소장품 10점을 모아 100여 점으로 구성한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양질의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 리플릿 발췌

 

* 도슨트 오디오가 고두심 배우님 목소리로 준비되어있다.

 

화가 이중섭

1954년, 화가 이중섭

 

힘들고 어려웠던 삶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정직한 화공'이자 일제강점기부터 '소'를 그려낸 민족의 화가로 알려져 있으며, 1970년대 이후 이중섭에 관한 전시, 영화, 연극, 소설 등이 꾸준히 만들어지면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청주의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서양화가 임용련에게 미술을 배운 후, 도쿄 문화학원으로 옮겨 미술을 전공했다. 1943년 태평양전쟁으로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귀국하여 이북의 원산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한국 전쟁 발발 후 1950년 가족을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부산, 제주도 등지에서 피란 생활을 하던 중 생활고로 1952년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이후 진주와 대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매진했으나 그리워하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영양실조와 간경화 등 병고에 시달리다 1956년 생을 마감했다. - 리플렛 발췌

 

오픈 10분전 국립현대미술관

오픈 시간 10분전에 도착한 미술관, 월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여행객들로 붐볐다. 

 

미술관 왼편의 식당가?
카페(정면)와 전시관(우측)

감상

가족과 첫눈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처음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작품이다. 한 가족이 새와 물고기 그리고 툭툭 찍어낸듯한 눈을 맞으면 뒹굴고 있다. 이중섭이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그린 작품으로 추정되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서귀포까지 눈을 맞으며 가족이 함께 걸어갔던 기억을 담아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추후 이중섭의 유족들은 이 시기를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말했다. 

여백 없이 내리는 눈, 새, 물고기와 뒤엉킨 채 역동적인 동작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새와 물고기는 눈, 코, 입이 있는데 왜 정작 가족들의 얼굴은 표현하지 못했는지 아리송하다. 바다 건너 있는 가족의 표정을 잊어버릴만큼 아득해진 건가

 

물고기와 게와 두 어린이(좌), 다섯 명의 아이들(우)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마찬가지로 이중섭이 제주의 서귀포시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다. 당시 가족이 함께 바닷가로 나가서 게를 잡고 놀았으며, 먹을 것이 귀해 게를 반찬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중섭을 대표하는 작품중 하나.

그림속 아이들은 웃고있지만 정작 그때를 그리던 이중섭의 표정은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사슴과 두 어린이
소 스케치

'소'를 너무나 좋아했던 이중섭, 소를 그리기 위해 수 많은 스케치를 감내했고, 소를 너무 빤히 쳐다봐 소 도둑으로 몰린 일화도 있다고 한다. 그러한 애정 때문인지 대충 그려낸듯한 스케치인데 소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소에 대한 이중섭의 유명한 작품은 <황소>, <흰소>가 있다.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던 이중섭은 담배를 포장하는 알루미늄 속지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를 은지화라고 하는데, 속지에 선을 그어 흠을 내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한 후 닦아내면 그 부분만 색이 입혀진다. 

담배 포장지인만큼 그림의 크기가 작지만,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중섭의 마음은 음각처럼 깊디 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중섭을 주제로한 연보들
부인에게 보낸 편지

편지의 상단에는 해와 달, 별이 반짝거리고 왼쪽에는 웃통을 벗은 이중섭이 부인과 두 아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측에는 켜켜이 쌓여진 그림들 위로 가족을 그리던 붓, 그 위에 부둥켜 안은 이중섭의 가족이 그려져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그림이 점으로 연결되어 있는 걸로 보아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는 현재와 자신의 그림들로 하여금 끝내 다시 만나는 행복한 미래를 그려놓은게 아닐까 싶다.

 

 

<부엔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

* 아고리는 부인인 이남덕이 이중섭을 부르는 애칭

 

 

비둘기와 손

 

 

사계

마지막으로 보았던 사계

 

 

마무리는 리플렛

후기

전시의 끝에 다다를 수록 이중섭 화백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점점 크게 다가왔다. 특히, <부인에게 보낸 편지>는 마음속에 잔상으로 오래 남아있을 예정이다. 웃통을 벗고 가족을 그리던 화백의 소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시대를 연연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비통해 하니 이로써 조금이나마 위안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화백의 드센 '소'도 좋지만 역시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이 더 여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