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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rue Log/Exhibition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최우람 - 작은 방주, 후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예약하고, '다른 전시는 뭐 없나...?' 둘러보다가 이목이 끌린 최우람의 작가님의 '작은 방주'.

 

 

https://www.mmca.go.kr

작가 최우람

작가 최우람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왔다. 놀라운 디테일로 살아 숨쉬는 듯한 기계생명체들을 만들고, 거기에 신화와 이야기를 곁들여 특유의 세계관을 창조했으며, 기술 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온 작가의 관점은 지난 30여 년간 사회적 맥락, 철학, 종교 등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 브로슈어 발췌

 

현대차 시리즈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증진 작가 1인(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이 시리즈의 목표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의 주요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매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작가를 선정해 작품 활동과 전시를 지원하며, 국내∙외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상생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 후원 사례로서 한국 미술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 브로슈어 발췌

 

감상

지하1층 내려 가는길

해당 전시는 지하 1층의 5 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길. 

 

 

<원탁>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가장 먼저 <원탁>을 접하게 된다. 

작품 <원탁>은 기울기가 계속 변하는 상판이 있고, 그 아래에는 지푸라기로 만든 18개의 몸체들이 있다. 일정 시간마다 몸체들에게는 생명이 불어넣어지는데, 이 때 몸체들은 상판에 있는 하나의 머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몸을 들썩거린다. 그러나, 몸체가 힘겹게 상판을 들어올릴 수록 머리를 더 멀리 밀어내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이로써,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무한 경쟁을 표현하고 있다.

 

 

몸체들의 머리 쟁탈전

 

<원탁> & <검은새>

머리를 두고 싸우는 몸체들의 위에는 세 마리의 <검은새>가 천천히 회전하며 아래의 <원탁>을 응시한다. 이 새들도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낙오자를 기다리는 걸수도, 혹은 멀찌감찌 떨어져 이를 방관하는 계층일수도 있다.

 

 

<하나>

다음으로 접한 작품은 <하나>였다. 언뜻 보기에는 흰 꽃으로 치부하겠지만, 소재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꽃잎은 코로나 검사와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한 방호복의 재질과 같은 타이벡을 사용했다. 따라서, 작가는 COVID-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은, 그리고 겪는 이 시대의 수 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진료 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에게 바치는 한 송이의 헌화이다.

 

 

<작은 방주>

<하나>를 지나면 메인 작품인 <작은 방주>가 나온다. 방주는 세로축 12미터, 높이 2.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넓은 방 가운데에 놓여진 것 때문인지 경외심이 들 정도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마다 생명이 불어넣어지는데, '우웅...'이라는 묘한 기계음이 방안에 퍼지면서 방주의 노들이 들썩거리다가 마침내 노를 모두 밖으로 꺼낸 배의 형상으로 변신한다. 노를 모두 펼치면 폭이 7.2미터에 달하며 전방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는 문들이 등장하는 <출구>가 나타난다. 그리곤 출구를 향해 이리저리 선체를 기울이며 노를 젓는다. 기계적인 노질은 군무를 연상케한다. 20분 가량 진행되며 영상을 촬영했지만, 이게 또 직접 봐야 묘미를 알 수 있기에 첨부하지는 않겠다.

방주는 무엇을 위해 항해하는지, 무엇을 태우고자 하는지 그리고 무수한 출구의 끝은 있는지... 아직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순 없지만, 꽤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빨강>

앞의 <하나>와 대조되는 느낌으로, 의미 또한 팬데믹 시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

 

 

마지막 전시물까지 보고 나오는 길, 건너편에 7 전시실이 분주하다.

 

 

URC-1(좌), URC-2(우)

폐차 직전의 자동차에서 분해한 전조등과 후미등을 모아 원형의 별로 조합했다. 두 작품 모두 반짝반짝 별처럼 빛난다.

 

 

 

후기

예상보다 심오했다. 사실 브로슈어로 작품 이미지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을 시작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특히나 <작은 방주>에서는 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방주에 대한 의미는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 최우람 작가님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걸까... 

평소에 관람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기계'라는 점이 참 매력있었다. 기계인 만큼 모든 전시물이 '동작'을 가졌는데 이걸 최우람 작가님은 '기계생명체'라고 정의한다. 생명이 주입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서 기다렸고, 그걸 보고 있으면 괜스레 웃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그 행동은 무슨 의미를 담고있는지 지레짐작 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우람 작가님과 현대차 시리즈, 두 가지를 얻어간다. 현대차 시리즈는 이번에 만족한 만큼 내년의 기획전도 기대해보고, 어떤 작가님의 작품이 선보여질지 벌써 흥미진진해진다.